안녕하세요. 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입니다.  

과거에는 금융 거래 정보를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정보를 분산하고 공유해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탄생했습니다. 쉽게 말해 블록체인은 기록을 중앙 서버에 보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하여 수많은 컴퓨터에서 분산 저장해 데이터를 위조나 변조할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가 암호화폐(가상화폐, 가상통화)입니다. 중앙은행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물이 없고 정부가 가치를 매기지 않습니다. 암호화폐는 2009년에 비트코인이 개발된 이후 후발 암호화폐들이 급증했고,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도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법제도는 이러한 변화와 발전된 기술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고, 가상화폐와 관련된 문제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잃은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판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8년 6월에 국내의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35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해커는 이용자 A씨의 계정에 접속해 그 계정이 보유하던 4억 7800여만원 상당의 원화 포인트로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사들인 다음 4차례에 걸쳐 빗썸의 승인을 받아 이더리움 대부분을 외부로 빼돌렸다고 합니다. 해킹으로 A씨 계정에 남은 잔고는 121원의 원화 포인트와 당시 시세로 약 40만원어치에 불과한 0.7794185이더리움 뿐이었습니다. 이에 A씨는 빗썸에 사실상 금융기관에 요구되는 정도와 같은 고도의 보안 조치가 요구되므로 전자금융거래법을 유추적용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운영사를 상대로 4억7800여만원을 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적용 여부가 문제가 된 전자금융거래법의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책임) ①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고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1.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 

2. 계약체결 또는 거래지시의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3.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전자적 장치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 

그런데 재판부는 암호화폐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는데 이용될 수 없고, 가치의 변동폭이 커서 현금 또는 예금으로의 교환이 보장되지 않으며, 주로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전자화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2017가합585293).  

이번 판결은 하급심판례이기는 하지만 우리 법원은 아직 암호화폐에 대해 안전성과 환금성이 부족하므로 ‘화폐’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암호화폐 해킹문제가 발생했을 때 암호화폐는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전자화폐’에 해당하지 않아 적용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거래소가 보안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 해킹사고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상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회원들이 일일이 입증하고 확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킹 사고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의 명백한 잘못이 없다면 해킹은 해커의 불법행위에 기한 것이므로 해커로부터 보상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거래소들의 지갑(Wallet)방식은 소외 벌집 계좌로 거래소를 운영하는 법인이 계좌의 실소유주가 됩니다.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거래소 법인이 오픈해주는 전자지갑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암호화폐 거래에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도권화 시켜 금융실명거래처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회원 개인은 로그인 보안을 보다 철저히 하고 고액을 포인트 형태로 장기간 보유하고 있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어야합니다. 거래소로서는 투명성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에 준하는 자체적인 보안 기준을 마련해야할 것이며, 코인 보유량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 안전시스템을 확립해야 합니다. 모쪼록 암호화폐 산업의 회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것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