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인 해커를 기소하고,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대만을 방문하는 등 계속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내정간섭을 중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반발했다.

미 법무부는 한국 등 전 세계 100여개 이상 기업과 기관을 해킹한 혐의로 중국인 해커 5명과 이들과 공모한 말레이시아 사업가 2명을 컴퓨터 및 금융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은 최소 6년간 미국과 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컴퓨터 제조사, 통신회사, 소셜미디어, 게임업체, 비영리단체, 대학, 싱크탱크 등을 공격했다. 각국 정부나 정치인, 홍콩 시민단체 관계자도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중국인 해커 3명은 중국 쓰촨성의 ‘청두404’라는 회사 소속으로 활동했는데, 기업과 기관의 컴퓨터에 침입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컴퓨터 시스템을 장악한 뒤 해당 기업이나 기관에 돈을 요구하고, 가상화폐 불법 채굴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국 비디오게임 산업을 겨냥한 해킹 범죄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법무부는 구체적인 기업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17일 대만을 방문했다. 크라크 차관은 1979년 미국과 대만단교 이후 40여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는 최고위 국무부 관리다. 크라크 차관은 2박3일 일정으로 대만에 머물면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쑤정창(蘇貞昌) 행정원장 등 대만 고위 인사들과 만나고, 경제·상업 대화 준비 문제 등 양국 간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크 차관은 특히 오는 19일 예정된 고(故)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 고별 예배에 미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다.

지난달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대만 방문 이후 이번 크라크 차관 방문은 가속화하는 미·대만 관계 강화를 상징하고 있다.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외부세력의 간섭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날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 안에 Y-8 대잠초계기 두 대를 진입시켜 사실상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군은 지난달에 이어 9월 들어서도 4대 해역의 해상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대만 주변 해역에서의 군사훈련을 특히 강화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