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드러난 미 정부 부처와 기관 및 민간 기업에 대한 대규모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 출신 해커들을 지목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앤 뉴버거 백악관 사이버 및 신흥 기술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9개 연방 기관과 약 100개의 민간 부문 기업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며 "러시아 출신 해커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버거 부보좌관은 "약 1만8000개 기업이 악성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았다"면서 "당국의 확인 과정에서 추가로 피해가 파악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월에 드러난 해킹은 미국 내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 탓에 정부가 해커들의 활동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해킹 조사에 수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현재 유사한 형태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한 보안 정책을 수립 중이며 해킹 방지를 위한 권고안 일부가 향후 행정 조치의 형태로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민간 기술 기업 모두를 침입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파이 사건 이상"이라며 "미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쳤으며 해킹 동기는 정부 수집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최초 확인된 해당 사건은 해커들이 미국의 네트워크 감시 소프트웨어 업체 솔라윈즈를 해킹한 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패치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이를 이용하는 고객 전산망에 침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국토안보부, 국립보건원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는 첩보 활동의 일환으로 정부와 핵심 기업을 해킹한 것이라는 미 정부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