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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커즈뉴스
장르: 사건사고
2018/3/24(토)
조회: 175
네이버 집어삼킨 해적 웹툰… "정부가 해킹이라도 해달라"  
경찰팀 리포트 
불법 복제에 1조 웹툰시장 '흔들' 

두 시간이면 최신작 업데이트  
올 2월 방문건수 12억건 넘어 
네이버·카카오웹툰보다 많아 
업계 피해액만 최대 2400억 

사이트 막아도 다른 서버로 부활 
해외에 서버 둬 수사 어려워 
"업계 고사하기 전 대책 마련해야"

웹툰 마니아인 회사원 정모씨(30)는 쉬는 시간이면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찾는다. 편당 300~500원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 웹툰을 공짜로 볼 수 있어서다. 웹툰 말미에 쓰인 경고 문구를 보고 불법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여전히 이용 중이다. 정씨는 “손쉽게 공짜로 즐길 방법이 있는데 굳이 웹툰을 사서 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조원 시장을 바라보며 급속도로 성장해온 국내 웹툰산업이 불법 ‘해적 사이트’에 흔들리고 있다. 2016년 10월 개설된 밤토끼는 1년 반 만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웹툰 서비스 업체를 위협할 만큼 급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 등 수사기관도 최근 관련 수사를 시작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업계는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해킹 공격이라도 해달라”며 호소하는 실정이다. 

네이버·카카오 제친 불법 해적 사이트

23일 웹툰 정보제공업체인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밤토끼 등 해적 사이트의 방문건수(PV)는 월 12억 건으로 1위인 네이버웹툰(10억 건)을 훌쩍 넘겼다. 해적 사이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밤토끼는 월 PV만 9억 건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처음 역전 현상이 나타난 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들 해적 사이트에는 국내 웹툰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물론 유료 플랫폼인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등에서 연재되는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고스란히 올라온다. 작년 기준 전체 웹툰(6858개) 가운데 40%에 달하는 2813개 작품이 해적 사이트에 도둑질당했다. 적나라한 성인 웹툰과 에로 배우들의 사진을 재료로 만든 ‘포토툰’, 일본 망가(성인만화) 등이 수백 편 넘게 올라와 있지만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밤토끼가 불법 복제한 웹툰은 또 다른 제2, 제3의 해적 사이트로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문체부가 파악 중인 해적 사이트는 올해 1월 기준 71개에 달한다. 레진코믹스 한 개 회사가 작년 한 해 구글 등 해외 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해 적발한 ‘불펌’(불법 공유) 웹툰은 458만 건에 달했다. 업계가 추산하는 피해액은 1900억~2400억원에 이른다. 합법적 시장의 30% 규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적발하고, 신고하고, 삭제해도 끝나지 않는 허무한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에 서버 둬 수사 난항 

해적 사이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2016년 국내 운영진을 검거해 사이트가 폐쇄된 ‘소라넷’과 비슷하다. 국내 경찰의 수사망이 닿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성매매·성인용품·도박 등 다양한 불법 사이트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경찰과 문체부 특별사법경찰 등 수사당국이 밤토끼 운영진 추적에 나섰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소라넷 수사 당시 활용했던 수사 기법이 밤토끼에선 무용지물이어서다. 국제 공조수사도 ‘부지하세월’이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누군지 파악하려면 해외에 있는 인터넷 사업자(ISP)로부터 구매자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경찰이 외국에 있는 기업을 압수수색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수사기관에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지 경찰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저작권 침해 사건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라넷 수사에서 국제공조가 가능했던 것은 모든 국가가 강하게 처벌하는 ‘아동 포르노’ 범죄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살인 강간 납치 등 강력범죄가 아니라 저작권 범죄에선 국제공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레진코믹스가 자체 수사팀을 꾸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밤토끼는 중앙아메리카의 소국 벨리즈와 동유럽의 불가리아에서 ISP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벨리즈의 A사는 사서함만 둔 페이퍼컴퍼니로 불가리아의 B사에 판매를 위탁하고 있으며 B사는 또다시 우크라이나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C사에 판매권을 넘긴 상태다. 현지 경찰이 이처럼 복잡한 거래 관계를 모두 따져 수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밤토끼에 들어오는 광고비 수익 흐름을 추적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해적 사이트의 광고주 역시 대부분 불법 성인 사이트로 인터넷주소(IP)를 남기지 않는 ‘딥웹’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만 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체부 특사경은 대대적인 기획 수사를 벌인 끝에 불법 사이트 세 곳을 차단하고 운영자 1명의 신원을 파악해 기소하는 데 그쳤다. 문체부 관계자는 “광고비를 일반 계좌로 받으면서 꼬리가 잡힌 것”이라며 “딥웹을 사용하면 단서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웹툰업계 “차라리 해킹이라도 해달라”

  업계는 불법 복제 차단을 위한 정부 및 정치권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통신망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설령 차단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임의로 차단할 수 없는 보안 프로토콜(https://)을 사용하는 탓에 과거 소라넷과 달리 사이트 차단 자체가 어렵게 돼서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망을 차단한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서버를 통해 되살아나기 때문에 주범을 잡지 않는 한 숨바꼭질만 계속할 뿐”이라며 “관계 부처 공동으로 보안프로토콜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차라리 정부에서 화이트해커를 고용해 불법 사이트를 사이버 공격해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웹툰업체 관계자는 “어느 한 기업이 망하거나 하기 전에 정부가 저작권 범죄에 발 벗고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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