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재택근무의 핵심 IT(정보기술) 인프라가 해킹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병)으로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상당수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실시하는 가운데 재택근무의 취약한 보안 문제가 부상한 것이다. 재택근무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사히카세이, 스마트모임업 등 일본 38개 업체가 해커의 침투에 의해 재택근무에 꼭 필요한 사외 접속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해커가 빼낸 사외 접속 정보를 제3자가 입수해서 사내 기밀 정보를 빼내거나, 다시 사내망에 침투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2차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내각사이버시큐리티센터(NISC)가 조사에 착수했다.

◇재택근무 보안의 핵심 기술인 ‘VPN’이 뚫려

유출된 대상은 VPN(가상사설망)이라는 사외 접속 서비스의 이용 정보다. VPN은 통신 데이터를 암호화하거나, 사외에서 업무 시스템을 접속할 때 쓰인다. 예컨대 사내에서만 보안 테두리 안에 있는 컴퓨터에서 사내 통신망으로 쓰던 것을, 회사 밖에서도 똑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IT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보안 기술인데 반대로 해커에 뚫렸을때는 해커가 진입하는 출입문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주로 해외 인터넷주소(IP)를 확보하기 위한 용도로 쓴다. 일부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해외서만 볼 수 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일본이나 미국 IP를 얻는 용도로 쓰는게 이 기술이다.

일본 NCSI에 따르면 8월 중순 범죄 사이트에서 세계 900개가 넘는 회사의 VPN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38개 업체가 일본 기업이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해커가 각 사에 침투해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VPN을 사용할 때 이용자의 이름과 비밀번호, IP(인터넷상의 주소)를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스미토모임업 측은 “사업 정보의 유출과 같은 피해는 현재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아사히카세이 측은 “해당 전산시스템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은 안전할까…VPN의 취약성 드러나

니케이가 보도한 ‘VPN 해킹 기업’ 900사에 한국 기업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니케이는 자국 38곳 이외의 다른 나라 기업 여부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 해킹 타깃은 미국의 펄스시큐어 사(社) VPN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세계 2만 곳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다. 펄스시큐어는 2019년에 자사 VPN의 취약성을 공표했고, 수정 프로그램을 공개했었다. 이번 해킹은 수정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고객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