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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커대학 - hackers college] ▒

작성자: 해커즈뉴스

장르: 해킹

2021/4/12(월)

‘사회적 혼란’ 제한된 목표서 지재권 탈취 ‘기술 습득’ 전환

‘스피어피싱’ 이메일로 계정 확보
해킹 대상 대학서 정부기관 등 확대
민간인 위장 해커로 ‘개인 책임’ 전가

이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던 미국 내 100여 대학 중 한 곳인 프린스턴 대학교 캠퍼스. 사진=princeton.edu

미국 FBI는 지적재산권 등 중요한 데이터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 등을 해킹한 이란의 해커들을 공개 수배했다. 사진=FBI 홈페이지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는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미국에 대한 사이버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IRGC의 디도스 공격(2011~2013)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미국 정부와 민간회사, 그리고 시민들의 피해와 불편을 강요하는 1차원적인 방법이었다. 그에 비해, 2013년부터 시작된 IRGC의 사이버 작전은 목적과 방법 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들은 정치와 경제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사이버공간에서 지적재산권 등 중요한 데이터를 절도하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마브나 인스티튜트 설립

2013년부터 이란 IRGC를 위해 일하는 사이버 전사들은 목표물에 직접적으로 침입하여 데이터를 탈취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이란의 해커 두 명은 2013년 초 마브나 인스티튜트(Mabna Institute)를 설립했다. 합법적인 회사로 위장했지만, 그들의 목적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과학기술 탈취였다. 해커 두 명 중 한 명은 조직적인 사이버 작전을 위해 IRGC와의 연락을 담당했고, 다른 한 명은 마브나 인스티튜트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두 해커 외에도 최소 7명의 마브나 인스티튜트 소속 이란 해커들이 데이터 절도를 위한 사이버 작전에 가담했다.

IRGC의 사이버 전사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미국 등 자유진영 국가의 대학교였다. 마브나 인스티튜트 소속 해커들은 대학의 교수들에게 ‘스피어피싱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에는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다. 이메일을 받은 대학교수가 실수로 링크를 클릭하게 되면, 해커가 만든 웹사이트로 연결이 되는 동시에 대학의 웹사이트 계정에 재로그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해커들은 대학교수가 자신의 계정 재로그인을 위해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그들 계정에 관한 정보 모두를 가로챘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 명의 교수들이 이란 해커들이 보낸 스피어피싱 이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 교수 계정 3768개를 비롯해 8000여 개의 계정이 이란의 해커 손에 넘어갔다. 마브나 인스티튜트 소속의 뛰어난 해커는 홀로 1000개 이상의 계정 탈취에 성공했으며, 팀 내 다른 해커들에게 해킹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훔친 지적재산권 가치 34억 달러에 달해

스피어피싱 공격 방법으로 마브나 인스티튜트의 이란 해커들은 2017년 12월 말까지 약 3년간 미국 내 144개 대학의 서버와 컴퓨터 침투에 성공했다. 또한, 그들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1개국 176개 대학에 대해서도 유사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 이란의 해커들은 피해를 받은 전 세계 대학들로부터 약 31테라바이트 용량 규모의 학술 정보와 지적재산, 그리고 교수들이 주고받은 이메일들을 훔쳤다. 대학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정부와 민간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다양한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오랫동안의 국제 제재로 인해 기술적으로 많이 뒤처져 있던 이란에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흘러들어 간 것이었다.

마브나 인스티튜트 소속 해커들은 해킹으로 획득한 자료들을 우선적으로 그들의 배후 세력인 IRGC에게 넘겼다. 또한, 그들은 ‘megapaper.ir’과 ‘gigapaper.ir’이라는 두 개의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훔친 데이터 일부를 이란의 대학과 기관에 팔기도 했다. 이번 해킹으로 미국 대학에서만 훔쳐간 지적재산권의 가치는 적어도 34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패스워드 스프레잉 기술의 사용

한편, 마브나 인스티튜트의 직원으로 위장한 IRGC의 해커들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회사, 로펌, 보험회사 등의 민간 영역 역시도 노렸다. 이번에 그들이 사용한 공격기술은 ‘패스워드 스프레잉(password spraying)’이었다. 해커들은 일반에 공개된 이메일 주소 리스트를 구해다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36개의 미국 회사와 11개의 유럽 회사 서버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이미 저장된 이메일 내용들을 훔쳤고, 앞으로 도착하게 될 이메일들이 자신들에게 전달되도록 기능을 설정해 두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 노동부,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 하와이 주 정부, 인디애나 주 정부, 유엔, 유엔 아동 기금 등도 이들 마브나 인스티튜트 소속 해커들에게 피해를 입었다.

우주 및 위성 산업계 해킹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킹을 통한 이란의 불법적 지적재산권 확보 작전은 2015년 7월 미국의 항공 우주 및 위성 회사,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으로 확대되었다. 세 명의 이란 해커는 목표로 하는 회사와 기관에 접근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위성과 항공 우주 분야에서 일하는 평범한 미국인 행세를 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가짜 온라인 프로필과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가짜 신원으로 공격 목표로 선정된 약 1800여 개의 이메일 계정에 스피어피싱 공격을 실시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들 세 명을 IRGC 소속 해커들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이들이 IRGC 대원으로 이미 확인되어 미국의 감시를 받는 인물의 통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상당히 뛰어난 해킹 능력을 가지고 다양한 악성코드 제작과 유포에 관여했던 인물들이기도 했다. 게다가 세 명의 해커는 이란 내 IRGC가 관리하는 주택에 살고 있음이 드러났다.

IRGC의 사이버 전쟁

IRGC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이버 전쟁을 시작했다. 그들의 초기 디도스 공격(2011~ 2013)은 적대국인 미국 회사의 영업과 시민들의 생활을 방해함으로써 상대에게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 피해만을 주었다. 사회혼란 초래라는 제한적 목표만을 달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그들의 목적은 실질적 이익 추구로 완전히 변화되었다. IRGC의 사이버 전사들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가진 지적재산권을 확보하여 자신들의 뒤처진 기술력을 높이려 했다. 사이버 절도 행위에 집중했던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IRGC가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인으로 위장된 해커들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란 정부에 가해질 국제사회의 직접적인 보복 행위와 비난을 개인에게 돌리는 전략이었다.

필자 박동휘 소령은 육사 61기로 졸업·임관 후 美 워싱턴대에서 사이버전쟁과 전략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학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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