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재택 등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새 근무제도를 정식 도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테스트해보니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런 근무형태가 보안에는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나, 이들 회사는 문제될 게 없다고 일축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날부터 원격근무를 포함한 새로운 근무제를 시행한다. 출퇴근 피로도는 줄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네이버 새 근무제도는 일명 '커넥티드 워크'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일한다는 의미다. 직원들은 주 5일 내내 재택근무(R타입)하거나 주 3일 이상 회사로 출근(O타입)하는 2가지 근무형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선호도는 R타입이 높았다. 네이버 직원 4000여명 가운데 55%가 이 근무제도를 선택했다. 자신의 집은 물론 카페나 별장 등 원하는 장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나머지 직원들(O타입)은 사무실로 출근했다. 단 원하는 요일이나 시간에 주 3회 이상만 출근하면 돼 일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들에게는 고정 좌석이 배정되며, 회사 차원에서 점심과 저녁이 모두 제공된다. 

네이버는 이번에 선택한 근무체제가 자신과 맞지 않는 직원들을 위해 반기(6개월)에 한 번씩 근무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한다. R타입을 선택한 한 직원은 "장마철 덥고 습한 날씨에 불필요한 이동을 피할 수 있고, 재택근무로 인한 상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좋다"면서 "첫날이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도 이날부터 '상시 원격근무' 제도를 시범(파일럿) 운영한다. 직원들은 이 제도하에 자신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다. 다만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동료와의 효율적인 협업을 위한 '집중 근무'(올 체크인 타임) 체제로 전환된다. 카카오는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주 1회 오프라인 만남, 음성채널 활용을 권장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테스트 기간 중 근무 형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 크루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크루들의 의견을 듣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근무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내년 1월 정식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격근무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IBM 시큐리티가 지난해 발표한 '데이터 유출 사고 분석 결과'를 보면, 피해 기업 500곳 중 약 20%는 '재택근무'를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이들의 피해규모는 재택근무를 채택하지 않은 곳보다 15% 이상 컸고, 수습까지 걸린 시간도 평균 58일이나 더 걸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지난해 발표한 '사이버 위협 전망 보고서'에서 재택근무자 공격을 통한 기업 내부 침입 시도 비율 증가를 국내외 사이버보안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KISA는 "재택근무자를 대상으로 악성 첨부파일을 포함한 이메일을 발송하거나 악성 웹사이트 접속을 유도해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공격이 나타나고 있어 재택근무자의 보안 인식이 제고되고 (기업도) 원격 환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카페 등 환경에서는 로그인 정보를 활용한 해킹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 관계자는 "새 근무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진행해오던 원격근무의 연장선상"이라며 "이 기간 재택근무를 운영하면서 보안과 관련된 이슈는 없었다"고 업계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