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 하정우… 2020년을 뒤흔든 연예계 해킹 게이트

스타에게 사생활 공개는 양날의 검과 다름없다. 공개하면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지만 그 관심 때문에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톱스타들은 대중에게 사생활을 공개하는 데 신중하다. 각종 사고로 뜻하지 않게 사생활이 알려진 스타들,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2020년 1월 7일 배우 주진모가 소속사를 통해 개인 휴대폰이 해킹됐음을 알렸다. 소속사 측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이 침해되고 개인 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하겠다는 악의적인 협박을 받고 있다”며 “허위 내용을 근거로 하는 기사나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배포할 시 배우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커는 주진모가 사용하는 삼성클라우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주진모의 계정에 있는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을 해킹했다. 주진모뿐 아니라 아이돌 가수, 톱스타, 유명 셰프 등 10여 명의 연예인 및 유명인 피해자를 낳았다. 

이 일은 단순한 해킹사건이 아니라 성추문으로 번졌다. 주진모의 계정 해킹 사실이 알려진 뒤 주진모와 톱스타 A씨의 대화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다. 게시물에는 주진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인과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에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 사진과 이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글, 여성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등 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안겼다. 해당 메시지는 게시된 지 3시간 만에 삭제됐다. 네티즌들은 주진모와 대화를 나눈 지인은 톱스타 C씨로 추정했다. C씨가 주진모와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임신한 아내를 언급해 당시 아내가 출산을 한 것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잘생김의 아이콘이자 젠틀함의 대명사였던 두 사람의 대화는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화 상대로 유력하다는 이유로 대중은 주진모와 지인을 사생활 유출 피해자로 여기지 않고 성추문 가해자로 여겼다. 

이 사건으로 주진모와 평소 친분을 나눴던 연예인들도 2차 피해를 입었다. 문자메시지에 거론된 연예인 골프모임 ‘싱글벙글’의 일원들과 주진모의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들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주진모는 같은 해 1월 16일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지인들, 아껴준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이번 일로 마음 편히 숨조차 쉴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해커들이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거나 불법 해킹으로 취득한 정보를 보내며 접촉했을 때 당황스러움을 넘어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며 “범죄 행위에 반응하지 않자 아내, 가족들, 동료 연예인들 개인정보까지 차례로 보내며 몰아붙였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문자에 언급된 여성들에게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주진모는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으로 하지 않은 일이 사실인 양 보도되고 루머가 무서운 속도로 양산되는 것이 두려웠다”며 “결단코 이성의 신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진모의 계정을 해킹한 해킹범이 하정우의 개인 휴대전화도 해킹해 금품을 갈취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정우는 2019년 12월 초 해커로부터 자신의 사진첩, 주소록, 문자, 금융기록 등 개인정보를 받고 15억 원을 요구하는 협박을 받았다. 하정우가 쉽게 협상에 응하지 않자 해커는 금액을 13억 원으로 낮췄다. 


한 매체에 공개된 하정우와 해킹범이 나눈 대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정우는 “지금 약 올리냐, 예의는 지켜라. 하루 종일 오돌오돌 떨면서 오돌뼈처럼 살고 있는데”, “배밭이고 무밭이고 다 팔아야 한다. 배밭 줄 테니까 팔아보던가” 등의 대화를 해킹범과 이어갔다. 해킹범이 하정우에게 가수, 배우, 감독,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의 휴대폰을 털어 해킹 자료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받았다고 하자 하정우는 “저도 성실히 진행할 테니 너무 재촉하거나 몰아붙이지 말아 달라”고 대응했다. 하정우가 해킹범에게 차분히 대응하며 시간을 번 덕에 경찰이 범인을 검거할 시간을 벌었다. 하정우는 2019년 12월 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 해킹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모와 하정우를 포함해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것은 부부 해킹단이었다. 이들은 2020년 10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9 단독 심리로 열린 선고공판에서 아내 김 씨가 징역 5년, 남편 박 씨가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 부부가 협박한 연예인 중 5명이 돈을 보냈고 피해 금액은 6억 1,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