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700여 단지서 발생했던 월패드 해킹 기억하시나요? 아파트 벽면에 설치되는 월패드가 해킹돼서 개인 사생활을 담은 사진 영상이 버젓이 다크웹(해킹 사이트)에 올라 와서 사회적 문제가 됐었죠. 아마 월패드가 설치된 가정선 해당 사안을 인지하시고 월패드 내 카메라 부분을 스티커로 막는 등의 조치를 하셨을 거에요. (아직 안하셨으면 꼭 하십시요)

그런데 월패드 해킹 방지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와 정보보안 업계 간 다툼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핵심은 망 분리 기술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인데요. 망 분리란 가상사설통신망(VPN) 가상근거리통신망(VLAN) 등을 통해 정보통신망을 분리하는 겁니다. 해커가 아파트 단지 내 한 가구를 해킹하면 다른 가구 전체를 볼 수 있는 현재 ‘통합된 IT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죠.

문제는 인터넷진흥원(KISA) 최근 암호화 기술도 망 분리 기술로 인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건데요. 정보보안 업계선 암호화 기술이 데이터 보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어도 직접적인 망 분리 효과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기존 홈네트워크 장비를 다루는 건설업계는 추가비용이 많이 드는 VPN VLAN 도입보다는 간단하게 소프트웨어 탑재만 하면 되는 암호화 기술을 선호하죠. 만일 VPN VLAN 도입하면 자신들의 일감을 정보보호 업계에 뺐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도 이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데이터 암호화와 논리적 망 분리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같은당 김영식 의원은 “망 분리를 하면 개인 세대당 151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니 보안 강화와 부담 최소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다만 추가 비용 문제와 관련해 정보보안 업계선 VPN, VLAN 도입 비용이 1세대당 10만~20만원 수준이며 이마저도 임베디드칩을 활용하면 더 낮출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업계 간 이견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통신학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중립적 인사를 전문가 집단으로 모신 뒤에 어느 기술까지 망 분리로 봐야할까를 논할 예정인데요. 어떤 결론이 날진 모르지만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이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