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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커즈뉴스
장르: 이슈
2019/9/7(토)
조회: 119
뇌를 읽고 쓰고 훔치는 '뉴런자본주의(Neurocapitalism)' 온다  

"두개골 안 몇 센티미터를 제외하고 당신이 소유한 건 아무것도 없다."

1949년 출간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대목이다. 개인을 억압하는 국가적 감시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온라인매체 '복스'는 "1984의 해당 장면이 얼마나 행복한 경우였는지를 곧 알게 될 시대가 온다"고 경고했다. 최소한 인간의 두뇌만큼은 해당 개인에 속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복스는 "타인의 두뇌를 읽고, 타인의 두뇌 속에 새로운 생각을 쓰고, 그같은 생각들을 상업적으로 거래하는 뉴런자본주의(Neurocapitalism)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뉴로스카이는 한국인이 만든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작은 염력게임 '포스 트레이너'로, 이용자는 뇌파로 게임을 진행한다. 사진은 2011년 '개지트쇼'에서 뉴로스카이의 헤드셋을 쓰고 뇌파로 양궁게임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출처 유튜브


최근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과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에 막대한 자금을 대고 있다. 이는 뉴런(신경세포)과 뉴런이 정보를 교환할 때 전기적 신호(뇌파)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생각을 끄집어내 언어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다. 페이스북 연구자들은 두뇌활동에서 생성되는 언어를 실시간으로 해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 모양의 전극을 심는 방법을 개발했다. 전극이 심긴 두뇌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무선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목표는 생각을 조종하는 것. 머스크는 내년말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커널'이나 '이모티브', '뉴로스카이' 등 기업들도 두뇌기술(브레인 테크)를 연구중이다. 이들은 신체마비가 온 사람들도 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윤리적 목적에서 브레인 테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미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2~3년 동안 수많은 신체마비 환자들이 뇌에 전극 또는 초소형 칩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를 통해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거나 로봇팔을 들어올릴 수 있다. 물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이식수술이 상업화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 분야 연구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복스는 "개인정보 보호의 최후 보루인 두뇌 속 생각 또는 마음이 더 이상 개인에게 속하지 않는 날이 오게 된다"고 전했다.

뇌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탐구하는 신경윤리학자 일부는 '브레인 테크의 오남용 가능성이 너무 크기에 기존 인권법을 제·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몇몇 나라에서는 '신경세포 권리'(neurorights)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뇌 데이터 보호를 인권으로 제도화하는 2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다. 오는 11월 표결을 앞두고 있다. 저명한 뇌과학자 라파엘 여스트 컬럼비아대 교수가 적극 나선 덕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말 뇌 데이터 활용을 규제하는 기본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두뇌와 관련한 데이터 보호를 새로운 인권법제에 포함시키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은 신경윤리학자 마르첼로 렌카다. 유럽의 최고 과학기술대학으로 꼽히는 취리히 공대 교수인 그는 2017년 '뇌과학 시대 4개의 특별한 권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서 렌카 교수는 "인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두뇌를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렌카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과 뉴럴링크의 연구성과 발표에 대한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뇌 데이터가 시장에서 상업화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먼 미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미 소비자가 참여하는 뇌기술 시대에 진입했다. 사람들은 민간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뇌 데이터를 넘기고 있다. 기존의 조종기기 아니라 뇌파로 조종하는 비디오게임이 나와 있다. 수면을 모니터하기 위해 웨어러블기기를 착용하면서 자가추적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나는 이를 '뉴로캐피털리즘'(neurocapitalism)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뇌 활동을 읽어 무엇을 말하려는지 해독하는 시스템이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뇌에 직접 정보를 주입해 뇌의 기능을 바꿔놓는 시스템을 말하기도 한다. 뇌를 읽고 뇌에 쓰는 기능 모두를 갖춘 시스템도 개발중이다.

렌카 교수는 이같은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뇌 과학기술이 인권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4가지로 분석했다.

인지적 자유 침해

인간은 뇌 기술을 사용하든지 거부하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일부 고용인들은 피고용인의 뇌에서 데이터를 뽑아내고 있다. 우울 분노 걱정 피로 등의 뇌파를 스캔하는 모자를 쓰도록 하면서다. 렌카 교수는 "사장이 EEG(뇌전도) 헤드셋을 쓰도록 하며 뇌의 상태를 보기를 원한다면, 이는 인지적 자유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기를 쓰는 게 선택적이라는 말을 하지만, 피고용인 입장에서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기에 이는 암묵적 강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군사 분야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 뇌 기술을 활용해 군인들이 자신의 임무에 보다 충실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예를 들어 전투에 임했을 때 살의를 강하게 느끼고 연민을 적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렌카 교수는 "'미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자금을 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각의 프라이버시권

뇌 기술은 법 집행과 감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렌카 교수는 "BCI는 생각의 내용을 읽는 능력이 있다"며 "각국 정부는 앞으로 수년 내 심문과 조사를 위해 그같은 기술을 사용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묵비권과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는 미국 헌법에서 보호하는 권리다. 하지만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정부 당국이 해당 인물의 동의 없이 그의 정신상태를 도청할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마이너리티리포트라는 영화에서 구체화된 바 있다. '프리크라임 디비전'이라는 특수경찰은 살인이 벌어지기 전 해당 용의자를 적발해 체포한다.

정신적 온전성 침해

누구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뇌에 쓰기 기능을 갖춘 BCI는 새로운 형태의 세뇌를 가능케 한다. 이론적으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심리적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도들을 세뇌하기 원하는 종교자나 반체제 세력을 분쇄하고자 하는 정치세력, 새로운 자살테러범을 모집하려는 테러조직 등이 특히 그렇다.

게다가 페이스북이나 뉴럴링크가 개발중인 기기들은 해킹에 취약하다. 만약 신체마비로 BCI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 악의를 갖고 해당 장애인의 블루투스 신호를 해킹해 두뇌에서 흐르는 전류의 전압을 올리거나 내린다면 더 우울하게 만들거나 더 흥분시킬 수 있다.

신경윤리학자들은 이를 두뇌해킹이라고 부른다. 렌카 교수는 "여전히 가정이지만, 그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에 와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신제품이지만 사전검증을 거치는 단계라는 의미다. 렌카는 "그같은 해킹은 복잡한 기술 수준을 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심리적 일관성 침해

누구나 다른 사람이 개입해 감정을 변화시키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그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네이처지는 지난 7월호에서 간질을 앓는 여성의 사례를 실었다. 이 여성은 뇌에 BCI를 설치했다. 이 여성은 "기기가 나와 하나가 된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의 뇌에 기기를 이식한 기업이 파산했다. 어쩔 수 없이 그 여성은 이식한 기기를 빼야 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은 울부짖으며 "내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소리쳤다는 것.

렌카는 "BCI의 삽입뿐 아니라 제거를 통해서도 심리적 일관성이 분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정도 기업이 소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심리적 일관성에 대한 또 다른 위협은 요즘 급부상하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 시장에서도 일어난다. 기업들은 뇌가 어떤 방식으로 상품 구매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하면 구매결정을 은밀히 자극할 수 있는지 알려고 한다.

뇌 데이터는 프라이버시 최후 보루

렌카 교수는 "뇌 기술이 민간 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나 공공재 또는 공익으로 재분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아야 함은 물론 그같은 상품에 돈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이러한 기술을 특정 게층만 이용하게 되면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국가는 이런 기술이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뉴럴링크에서 만드는 기기가 일단 시장에서 팔리게 된다면 이미 때는 늦다"며 "뇌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의 궁극적 피난처이다. 그게 뚫리면 모든 게 뚫리는 것이다. 일단 뇌 데이터가 대규모로 수집되면 그 과정을 되돌리기란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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