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칠레에 설치된 미 정부 소유 최첨단 천문대 2곳이 사실상 셧다운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커에게 해킹을 당한 뒤 시스템 복구가 지연된 탓이다. 현재 수사당국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천문대에 해킹을 시도했는지 조사 중이다.

미 우주과학 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29일(현지시간) 하와이 소재 제미니 노스 천문대, 칠레 소재 제미니 사우스 천문대 운영 지연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천문대는 미 국립과학재단(NSF) 소속 우주 연구 시설이다. 각각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찰해 왔다. 망원경 구경만 8.1m에 이르는 대형 시설이며, 태양계는 물론 먼 우주의 별과 은하,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어 천문학 연구에 매우 중요한 시설로 손꼽힌다.

그러나 제미니 천문대는 지난 1일 해킹 피해를 당했다. 두 천문대를 운영하는 연구소 측 컴퓨터 시스템 네트워크에 해커가 침입, 연구소 측은 두 천문대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운영하는 두 대의 제미니 천문대 시설. 지난 1일부터 해킹 피해로 인해 가동 중단됐다는 공지가 적혀 있다. [이미지출처=제미니 천문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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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9일에는 피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제미니 천문대들과 연결된 다른 천문대의 네트워크 시스템도 중단했다. 사건이 일단락난 뒤 연구소는 시스템 복구를 진행했으나, 아직 제미니 천문대를 완전히 재가동하지는 못한 상태다. 연구소 측은 매체에 "아직 사건은 조사 중이다"라며 "확인 결과를 대중에 공개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스페이스닷컴은 신원을 알 수 없는 해커가 왜 굳이 천문대를 공격 목표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각 천문대는 첨단 과학 장비가 투입된 시설이 맞지만, 어디까지나 공공 연구를 목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금전적 이득을 기대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매체는 해커가 수익을 노린 게 아닌 미국의 첨단 우주과학 기술에 피해를 줄 목적으로 해킹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실제로 미국의 우주 인프라를 노린 해킹 시도는 최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첩보안센터(NCS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주 기반 자산에 대한 사회기반시설의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해외 정보기관이 우주 통신 시설, 감시 및 관찰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거대 해커 그룹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스페이스 닷컴은 "이런 경고는 미국의 우주 경제가 2030년까지 1조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